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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ntasy Drawing

공상드로잉포스터.jpg
​공상드로잉
​'내 작업은 사물, 공간과 작별하는 방법이다.

머리로는 모든 것이 변하고 사라진다는 것을 알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마음은 언제나 느렸다.
그래서 나는 사라지지 않았으면 하는 것들 혹은 사라져가는 것들로 작업하기 시작했다.
그것을 작품에 담고 나니 그제서야 사라짐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사라지는 것에 대한 인식은 사라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서 온다.
결국은 기억하고 싶은 것이다. 기억되고 싶은 것이다.
 
나는 20년 동안 한 동네에서 살았다. 개와 산책하다 보니 며칠 전 만 해도 있던 집이 사라졌다.
그곳은 나의 놀이터였고, 친구의 집, 동네 아줌마, 아저씨들의 집이었다.
나는 기억하지만 그곳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그런 경험은 긴밀했던 이와 갑자기 남이 되는 것처럼 낯설고,
하나의 시절이 없어지는 기분과 같았다.
몇 개월 만에 대부분의 동네 집들이 사라졌다.
우리 집도 그랬다.
 
사라짐이 무엇인가 생각했을 때,
사라짐은 ‘본디 처음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우리가 작은 세포에서부터 생겨났던 것처럼 사라지는 것은 다시 작은 부분들이 되는 것이다. 
작업에 등장하는 픽셀(Pixel)은
영어로 picture element, 畵素(화소)인데 그림의 요소, 본디, 처음이라는 뜻이다.
처음에는 사라짐을 표현하기 위해 픽셀드로잉을 그리기 시작했는데,
그리다 보니 그것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새로 만들어지고 있다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그것이 나에게는 변화를 받아들이는 매개체가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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